조지 윈스턴 (George Winston) 12월 (December)
조지 윈스턴의 음악은, ‘좋다’. 난 뉴에이지를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냥 좋다는 생각이 든다. 단조로운 음들 사이에서 강렬한 슬픔과 외로움과 추위와 화와 기쁨과 즐거움 등이 느껴진달까. 리스트나 라흐마니노프, 알캉의 피아노 음악을 주로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뉴 에이지 음악이 그런 감정들을 깊게 전달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지 윈스턴은 본인의 음악이 뉴에이지라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런 그의 피아노곡집 12월(세광음악출판사 판본 기준)에 해당하는 곡들이 수록되어있는 카세트테이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Thanksgiving부터 시작해서 Peace까지 들어있는 음반. 연주는, 겉표지에 연주자가 따로 표기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작곡자 본인이 직접 연주를 한 듯하다.
앞서도 말했듯 곡들은 매우 풍부한 정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며, 따라서 좋다. 카세트테이프의 태생적 한계로 음이 모두 반올림되는 것은 아쉽지만, 몇몇 곡에 있어서는 그게 오히려 음악의 분위기를 더 잘 살려주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 결국엔 이 점도 좋았다. 특히 A면의 1번 트랙 Thanksgiving과 3번 트랙 Joy. 이들은 오히려 원래의 조보다도 이렇게 반올림된 것이 더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듯했다.
복잡하지 않고 단조로운 음들이 연속되는 데다가 그러면서도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는 곡들의 특성상,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그 카세트 특유의 감수성이 더해지며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느낌 또한 있었다. 물론 음질에 대한 부분은 객관적으로 보자면 CD와는 비교도 못 할 수준이지만, 그래도 카세트가 정서적으로 좀 더 우위에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달까.
종합적으로, 좋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CD로 가지고 있으면 더 좋은 음질로 깔끔하게 들을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테이프로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음반이다. 그리고 정말로 겨울날, 한겨울에 들으면 더 좋을 듯하다. 난방을 하지 않은 추운 집에서, 고작 코트 한 장 걸친 채, 얼음물까지 마시며, 담뱃불로 그나마의 따뜻함을 느끼는 환경에서 듣는다면 곡의 정서가 극대화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