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돌란 감독의 <마미>는, 누군가가 나에게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딱 한 편 꼽으라고 한다면, <시네마 천국>과 <몽상가들>, <미 앤 유> 그리고 <더 콩그레스>의 사이에서 좀 고민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현재로는, 말할 수 있을 단 한 편의 영화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플레인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더랬다. (중간에 아트나인 플리마켓에서 팔긴 했지만, 난 그걸 놓쳤기 때문에 더욱더.)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기에, 처음에 한정판 공고가 뜨자마자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디자인이 좀 별로였다. 우선 슬립 케이스의 디자인이 A, B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고, 스카나보가 아닌 스틸북으로 제작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화의 정서가 차고 딱딱한 고철덩어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스틸컷이 정사각형으로 들어가고 아래 여백에 마미 목걸이가 박힌 공용 포스터가 스틸북 디자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그말리온에서 제작한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해줬으면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안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난 그나마 좀 더 나은 것 같은 디자인을 하나 골라, 원래는 그러지 않지만 아예 프리 기간에 플레인 공홈에서 이걸 주문했다. 공홈 프리 혜택으로 안경닦이를 준다고도 하니, 그런 이유도 있고. (그러나 플레인에서 말하는 공홈 특전은 썩 믿을 건 못 된다는 건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수집을 하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던데, 독점 스티커는 공홈에서만 주는 게 아니다. 출시일 이후 핫트랙스 오프나 예스 오프에 가도 다 스티커를 주면서 판다. 이에 대해서는 문제가 몇 번 제기된 걸로 아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프리 때 산 거라 주문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받은 실물은, 놀랍게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사진으로 볼 때는 드러나지 않는 펄감 때문인데, 손으로 만져봤을 때의 질감도 굉장히 좋고, 여러모로 직접 보는 게 훨씬 더 나은 제품이라는 느낌. 뒷면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마미’의 모습이 들어가 있고, 그 이미지 위에는 감독 표기가 있다. 스티커는, 난 이 독점 스티커를 늘 후면에 붙이니 이번에도 여백에다 붙여두었다.
스틸북 전면에는 공용 포스터 이미지가 인쇄되어있다. 물론 이것이 주인공의 정서, 그리고 영화가 지향하는 부분과 닿은 주요한 이미지라는 것은 인정하나, 난 어딘지 이것이 전면배치된 데에 있어서는 썩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특히 개봉 당시부터 저 목걸이로 제목을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틸북 후면에는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들어가 있고, 또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대사가 쓰여 있다.
“우리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거지, 그렇지?”
“그게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거잖아, 친구.”
차라리 제목 없이 이 이미지만 존재하고, 그 위에 이 대사만 있었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부 이미지는 내가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라 생각하는 시퀀스의 한 장면이 들어가 있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Experience가 흘러나오며,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일인지, 나아가 생 자체를 함축한 것으로 느껴지는 그 부분의 장면. 디스크 프린팅은 주인공이 처음 이사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영화를 다 보고난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게 사실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옆에는 이미지 엽서 카드가 든 노란 봉투 카드가 꽂혀있는데, 웬일로 플레인에서 밀고 있던 '수제 왁스 씰링'이 아니더라. 그냥 스티커. <내일을 위한 시간>의 블루레이 때 그 수제 왁스 씰링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만 놓고 보기에는 굉장히 멋있어 보여도 영화의 분위기와는 영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걸 생각해보자면 이게 좀 더 나은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왁스 씰링보다 뜯기가 좀 더 힘들긴 했다.
안에는 엽서 카드 5장이 들어있다. 포스터라고 말하기까지는 좀 힘들 것 같고, 이미지에 타이틀을 인쇄한 식인데, 그 자체로만 봤을 때 좀 분위기있게 느껴지는 카드들이 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막, 너무 좋다, 싶은 느낌은 없다.
책자의 이미지는 솔직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뒷면에 적힌 영화에 대한 칭찬의 문구도 뭐 특별하진 않고.
영화가 별로여도 패키지의 디자인이 너무 좋아 사고싶게끔 만드는 블루레이가 간혹 있다. 그런데 이 블루레이는 살짝 그 반대의 경우인듯. 풀슬립 케이스만 놓고 보자면 그리 나쁘진 않은데, 다 까보자면, 내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 디자인이었지 싶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든 걸 뛰어넘어서 좋으니, 아쉽긴 해도 이 영화의 한정판을 산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제품 정보]
마미 블루레이 풀슬립 스틸북 한정판 (MOMMY Blu-ray full slip STEELBOOK limited edition)
출시사 - 플레인 아카이브 (PLAIN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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