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무슨 이벤트 같은 데에 얻어걸려서 롯데시네마 영화 무료관람권을 잔뜩 받았는데, 유익하게도 그게 조금 특별한 상영관까지는 감싸주는 무료관람권이라, 난 그걸로 어벤져스 3편을 애트모스 상영관에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에 잠실의 롯데공화국으로 향했다; 난 원래 메가박스로만 몰지만, 무료관람권이 생겼으니.
도착해서 여유롭게 둘러보다가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입장할 생각이었는데, 서울을 횡단하는 여정은 비록 그것이 하나의 도시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여정인지라, 난 결국 예정보다 좀 늦게 도착해서 딱히 어디 멀리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롯데국에 입국을 하는 여유까지는 부리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롯데공화국 내부에서 점심을 먹을 수밖에 없었고, 도넛은 얼마 전에 또 마침 크리스피크림을 질리게 먹은지라, 가격대를 생각해봤을 때 햄버거 중에서는 비싼 느낌을 주는 축에 속하더라도 여러 음식점에 비교했을 때는 낮은 편의 가격을 드러내고 있는 롯데리아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괜찮은 게 아재버거인지라 그걸 먹을까 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일지 않았던 것 아니나, 그건 너무 비싼 까닭에 차마 내 돈으로 사 먹기에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 정작 사더라도 햄버거조차 부들부들 들다가 떨어뜨릴 것만 같았다; 그런 까닭에 난 전에 롯데리아에서 할인 혜택을 준다는 나라 사랑 카드에 신체검사에 대한 피해보상금이 입금된 날 그것을 먹은 것 외에는 아재버거를 먹은 적이 없다, 꽤 맛있다고 생각함에도. 그래서 난 결국 다른 싼 햄버거를 찾아보다가,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보기에 좀 괜찮아 보이고 가격도 그나마 나쁘지 않은 ‘버거크닭’이라는, 이름으로 유추해보건대 큰 닭이 들어간 것 같은 햄버거를 선택했다.
버거크닭이라는 이름이 큰 닭을 품고 있음을 추측했음에도 난 그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뭐 장소가 롯데리아라서 그렇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버거 안에 큰 닭이 들어가 봤자 좀 더 두껍거나 한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이 협소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음을 버거가 내 눈앞에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깨달은 것이, 닭이 버거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자태를 그것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닭고기 패티의 지름이 번의 지름을 완전히 뛰어넘어있었다. 정말 큰 닭이 들어간 버거였다. (그래서인지 두께는 얇았다. 하지만 재미를 줬으니 봐주기로 했다.)
햄버거는 꽤 맛있었다. 닭고기도 그렇고, 소스도 그렇고. 다시 먹을만도 했다. 물론 치킨이 들어간 버거 중 가장 맛있는 버거를 꼽으라면 파파이스의 케이준 익스트림을 말하겠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름의 맛의 영역을 개척해낸 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당신이 롯데리아를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걸 먹어보라 추천해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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