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열리는 전시회 「함께, 보다。」에 다녀왔다. 이 전시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는 것으로, 청와대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자리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까 싶은 기대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렇진 않았던 게, 물론 대단하다고 하자면 대단한 건데,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신체마저도 옴짝달싹 못 하게 옥죄어버리는 그런 강렬한 뭔가가 있는 전시는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청와대가 소장한 미술품은 청와대가 소장했다는 것뿐이지 결국엔 그냥 미술품이고, 전위적인 미술품들인 것도 아닌지라 아무래도 좀 익숙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미술품이 있었다면, 최만린 작가의 <O90-4>. 브론즈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상당히 활동적인 무언가를 내 생각 속으로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듯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각종 타국에서 정상들이 보내온 선물들을 모아놓은 자리도 있었는데, 어떤 나라의 것은 이런 신기하고 귀한 걸 선물했네,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떤 나라의 것은, 이런 걸 뭐하러 가져오지, 싶은 성의 없어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비록 의미는 다르지만 다들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선물들이었다는 느낌이다.
2층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까지의 고단했던 과정과 가까스로 이루어낸 밝은 오늘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 등의 전시가 있다. 이것도 기획 전시인 건지 아니면 이건 그냥 상설인 건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뭔가를 체험해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난 몇 년을 생각해보자면 특히 더, 청와대가 직접 이렇게 긍정적인 자기 표현을 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너무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전시회로서의 뭔가를 느끼고 싶다면 그냥 예술의 전당을 가는 걸 추천하겠다. 하지만, 개방된 청와대를 한 번 와 보는 김에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건 꽤나 매력적인 전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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