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나 전시를 갔다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7.07 한국영화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옷, 영화를 입다」
  2. 2018.06.01 청와대 소장품 특별전 「함께, 보다」

영상도서관이나 시네마테크 KOFA의 상영관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 한국영상자료원을 갈 일이 꽤 있어 피치 못하게 그 1층에 있는 영화박물관도 지나치게 되는 게 사실인데, 난 거기서 하는 기획 전시의 경우는 그 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설 전시의 경우에도, 뭐 그나마 좀 괜찮긴 해도, 박물관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기획 전시는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영화박물관에서 이번에는 한국 영화에 사용된 의상에 관한 기획 전시를 열었더라. 영화박물관에 대해 역사가 깊은 색안경을 가지고 있는지라 정말 들어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영화 사이에 시간이 너무 뜨는 데다가 영상도서관이 만원인, 5년째 이 공간을 출입하고 있는 나도 처음 보는 초유의 사태에 처하게 됨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

                                                                                                                               

                                                                                                                              

전시는 내가 생각한 것과 정확히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별로였단 말이다.

                                                                                                                               

특히 <소공녀>의 의상 같은 경우엔 굳이 전시를 해야하나 하는 냉소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미소가 입고 다닌 옷은 코트에 목도리, 그냥 평범한 겨울옷 아닌가. 뭘 전시할 게 있다고 박물관에까지 그걸 갖다 놓나 싶었다. 놀랍게도 박물관에 전시가 되어있는 건, 정말로 그 코트에 목도리였다. 그냥 겨울에 홍대 옷가게 거리를 가면 이것보다 훨씬 더 수준 높은 전시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영화들의 의상들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굳이 박물관 전시에서 이걸 봐야하나 싶은 것들뿐이었다.             

                                                                                                                                 

그래도 영화에 실제 사용된 의상이니 영화 속 일부였던 것을 보며 영화와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도 가져야하나, 하는 감정으로 보고 있는데, <강철비>의 의상을 보면서부터는 그런 느낌조차도 완전하게 박살나버렸다. 정우성의 의상이랍시고 전시되어있는 의상은 정우성이 입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크기의 옷이었기 때문이다. 과장 조금 보태자면 거기 있는 옷은, 정우성의 실제 키가 한 165cm 정도라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달까. 그게 실제로 영화에 사용된 옷일 수 있으려면, 촬영이 끝난 뒤 누군가가 뜨거운 물에다가 옷이 잔뜩 쪼그라들게끔 잘못 빨래를 한 거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별로였다. 이 이상 할 말이 없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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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열리는 전시회 함께, 보다。」에 다녀왔다. 이 전시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리는 것으로, 청와대의 소장품을 공개하는 자리다.

 

뭔가 대단한 게 있을까 싶은 기대감이 있기도 했지만 그렇진 않았던 게, 물론 대단하다고 하자면 대단한 건데, 머릿속을 온통 헤집고 신체마저도 옴짝달싹 못 하게 옥죄어버리는 그런 강렬한 뭔가가 있는 전시는 아니었다는 느낌이다. 청와대가 소장한 미술품은 청와대가 소장했다는 것뿐이지 결국엔 그냥 미술품이고, 전위적인 미술품들인 것도 아닌지라 아무래도 좀 익숙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미술품이 있었다면, 최만린 작가의 <O90-4>. 브론즈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상당히 활동적인 무언가를 내 생각 속으로 전달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듯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각종 타국에서 정상들이 보내온 선물들을 모아놓은 자리도 있었는데, 어떤 나라의 것은 이런 신기하고 귀한 걸 선물했네,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어떤 나라의 것은, 이런 걸 뭐하러 가져오지, 싶은 성의 없어 보이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비록 의미는 다르지만 다들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선물들이었다는 느낌이다.

 

 

2층에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까지의 고단했던 과정과 가까스로 이루어낸 밝은 오늘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 등의 전시가 있다. 이것도 기획 전시인 건지 아니면 이건 그냥 상설인 건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뭔가를 체험해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난 몇 년을 생각해보자면 특히 더, 청와대가 직접 이렇게 긍정적인 자기 표현을 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너무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전시회로서의 뭔가를 느끼고 싶다면 그냥 예술의 전당을 가는 걸 추천하겠다. 하지만, 개방된 청와대를 한 번 와 보는 김에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건 꽤나 매력적인 전시일 것이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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