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라라랜드 블루레이를 정말 힘들게 샀다. 이것외에도 좀 어렵게 산 한정판 블루레이들이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힘들게 산 건 없다.

 

일단은 프리 오더를 놓친 게 문제였다. 난 그때, 상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보려 영화관 안에 4시간 동안 앉아있느라 참여하지 못했는데, 상영이 끝나고 나와보니 프리 오더 때 서버가 터져서 블루레이 커뮤니티는 이미 초토화가 된 상태였고, 내게 주어진 선택지라고는 현장 구매밖에 없었다. 그래도 좀 어떻게 편하게 구해볼 방법이 없을까 싶어 집 근처 핫트랙스에 알아보긴 했는데, 너무 소규모 매장이라 그런지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도 확실치 않다는 대답 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고, 난 결국 출시일 당일에 광화문으로 향해야 했다.

 

출시일 하루 전날부터, 사람들은 커뮤니티에서 눈치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교보의 입구 3(정문, 지하 통로 쪽 문, 지하철 개찰구 쪽 문) 중 어디로 향할지가 주요 떡밥이었다. 신중히 선택해야했다. 단 몇 초의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난 사람이 적당히 몰릴 것 같으면서도 문이 가장 빨리 열릴 것 같은 곳, 그리고 핫트랙스와의 거리를 고려하여, 개찰구 쪽 문을 선택했다.

 

출시일 당일. 난 새벽같이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영업 시작 시간보다 한 30분인가 이상 빨리 간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미 좀 와 있는 상태였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셔터 앞으로 중구난방 서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 달리기 실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더 오기 시작했고, 결국 그 상태에서 시간이 다 되어 셔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떻게 그 사람들 무리 속에서 최전방을 선점한 상황. 내 옆으로 두 명 정도가 더 있긴 했지만, 그 정도 인원이야 뭐, 먼저 들어가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뛸 준비를 하며 셔터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두 명이 무슨 첩보 영화에서 하듯이 몸을 숙여서는 아직 반의반도 채 안 열린 셔터 아래로 잽싸게 들어갔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질 수 없었다. 나도 그렇게 들어갔다. 그리고 뛰었다. 그렇게 도착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다른 쪽의 문이 먼저 열렸는지 핫트랙스 앞에는 이미 좀 줄이 서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 달리기는 꽤 빨랐기에, 난 내가 있던 구간에서는 최전방을 유지, 결국엔 구매 안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그 난리를 치며 들어간 탓인지, 그 자리에서는 생판 처음 보는 사람과의 유대감이 형성되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어쩌다 프리를 실패하게 됐는지, 블루레이와 라라랜드에 대해 어떤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서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또 그게 편하고 나름 즐거웠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거의 하지 못하며 사교성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날의 경험이, 지금 생각해보면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블루레이가 아니라, 일종의 전리품이요, 살아 숨쉬는 하나의 사회적 생물체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 그렇게 산 이 귀한 블루레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디럭스는 살 형편이 안 되고, 렌티는 디자인이 너무 별로라 확실히 괜찮아 보이는 풀슬립으로 구매했다. 처음 비닐을 뜯으면 하얀색 풀슬립 케이스에 파란 띠지가 둘러진 형태로 되어있고, 하단엔 수록된 스페셜 피쳐에 대한 설명이 인쇄되어 있다. 넘버링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웠다.  

 

 

다소 거슬리기도 하는 띠지를 제거하면 깔끔한 풀슬립 케이스가 비로소 온전하게 드러난다. 앞면은 엠마 스톤, 뒷면은 라이언 고슬링. (여담인데, 괜찮긴 하지만, 실물로 보면 엠마 스톤의 드레스가 집게 같아 보이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유광 스틸북. 표지의 저 장면이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 스틸컷을 표지로 사용하니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인상은 지울 수가 없다. 차라리 디스크 프린팅에 사용된 스틸이 표지였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스틸북 내부 디자인은 좋다고 생각한다. 디스크 프린팅도 좋다. (난 좋은데, 이 스틸북에 대해서는 두 가지 부분에서 말이 좀 많았다. 첫 번째는 스틸북 자체의 품질. 개봉기를 올린 사람이 대부분 지적하는 것으로, 다들 흠집이 많아 양품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난 완벽한 제품을 얻었다^^ 그리고 두 번째, 디스크 프린팅의 타이틀 로고에서 'A' 윗부분을 변형 처리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난 이렇게 변화를 준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고 판단은 각자들 해보시길.)

 

 

포스터 엽서 카드 6장이 담긴 봉투는 꽤 감각적이다. 실제로 보면 질감도 그렇고, 여는 부분에 SEB'S를 인쇄한 것도. 담겨 있는 아트웍들은 한국판을 포함해 프랑스판 포스터 등 주요 포스터 디자인들로,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저 건반 포스터가 좋다.)

 

 

대부분의 블루레이 한정판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을 북클릿은, 이 라라랜드 한정판에서는 좀 비중이 적은 느낌이다. 두께가 얇기도 하고, 아무래도 별로 시선이 안 간다. 북클릿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끼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출시 이전부터 출시 연기와 프리 기습 공지, 다소 비상식적인 가격 등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블루레이지만, 실제로 손에 넣게 되니 그 일련의 시련들이 오히려 추억의 느낌이 되며, 가장 만족감을 주는 동시에 나아가 성취감 마저도 주는(?), 가지고 있는 블루레이 중에서 가장 따뜻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알라딘에 누가 가끔 올릴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정가의 2-3배 웃돈을 주지 않는 이상 구할 수 없는 블루레이일 것이니, 내가 아주 희소한 것을 가졌다는 뿌듯함과 함께.) 좋은 영화를 향유하는 가장 완성된 방법은 그 영화의 한정판 블루레이를 소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블루레이다.

 

 

[제품 정보]

라라랜드 블루레이 풀슬립 스틸북 한정판 (LALA LAND Blu-ray full slip STEELBOOK limited edition)

출시사 - 에프앤씨애드컬쳐 (FNC ADD CULTURE)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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