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대학 축제에 갔다가 주위 편의점을 들렀는데, 내 생활 반경에 속해있는 편의점에서는 정말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주 하나가 그 낯섦으로 나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고 가운데에 커다랗게 8.6이라는 숫자만 쓰여있는 맥주. 일전에 9.7도짜리 맥주를 먹어본 적이 있어 맥주의 도수가 8.6도라는 데에 그리 강한 호기심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성질을 지닌 것이긴 한 만큼, ‘4캔 만원’에 해당하는 맥주 중 하나를 이 맥주에 호기롭게 할애하기로 했다.

 

 

밤에 축제를 보며 그냥 마시던 중 이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어수선하게 찍은 거라 사진의 품질이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꽤 멋있는 편이다. 물론 필스너 우르켈이나 데스페라도의 멋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이것 나름대로 뭐랄까 약간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맛은 사실 별 특별한 게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검색해보면 구운 빵 맛이 난다느니 과일 향이 난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좀 더 쓴 만큼 좀 더 고소하게 느껴지고, 혹시 에일인가 싶을 정도로 좀 더 신맛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그렇게까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좀 더 강한 맥주 느낌에, 나려고 하다가 마는 과일 맛이 나는 듯.

 

그래도 확실히 강한 타격감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카스 같은 거 생각하고 벌컥벌컥 마셨다가는 취할 위험이 다분한 맥주. 좀 더 날카롭고 무거운 걸 마시고 싶을 때면 다시 한 번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은근히 나쁘지 않았기에.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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