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전주 여행의 진로에는 자꾸 초코파이가 끼어들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으며 식사 대용으로는 더더욱 생각조차도 않는 초코파이가 자꾸 끼어들었단 말이다. 아무튼...

 

우선 식사 환경이 아주 좋지 않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시작해야겠다. '혼자 식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혼자 밥을 먹으려면 괜히 눈치를 보느라 못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이미 그 단계를 넘어 선지 오래다. 사실 이건 하나만 깨달으면 되는 건데, 바로,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내가 혼자서 먹든, 30명과 함께 먹든, 사람들은 나에게 눈치는커녕 곁눈질조차도 주지 않는다. 이것만 깨달으면 혼자 밥을 먹는 데에 눈치를 보거나 불편해할 일이 전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말하자면, 혼자 밥을 먹을 때 불편하지 않으려면 '남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환경'이라는 전제 조건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난, 이번 초코파이 식사에 아주 불편함을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난 국제영화제에 온 기념으로, 서구권 영화에서 많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길거리에서 빵 먹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좀 더 강하게 듦을 감지했다. 한쪽 어깨에 배낭을 메고 이어폰을 꽂은 채 건들건들 걷다가 벤치 하나에 아무렇게나 앉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무는, 뭐 그런 장면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 이어폰이랑 배낭이 있었다면 좀 더 영화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아 그것을 소지하지 않은 내 자신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영화제 거리 중간중간에는 길 한복판에 세워진 기둥들에 자그마한 벤치들이 달려있었고, 딱 거기서 먹으면 손색이 없을 듯싶었다. 그래서 앉아서 먹는데,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일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80퍼센트 정도가 나를 쳐다보고 가는 게 아닌가. 그중 반절은 아예 뚫어져라 나를 관찰하거나 노려보다시피 하며 응시하고 지나가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서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바라보는 사람들을 마주 본 자세로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왜 그리 나를 응시하며 지나갔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먹은 초코파이는,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정신없는 속에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게, 일단 느끼했다. 전주의 명물이라는 초코파이를 풍년 제과 본점에까지 가서 하나 사서 먹은 건데, 정말 다른 초코파이와는 수준이 다르긴 했다. 수준이 다르게 느끼했다. 너무나도 강렬한 초콜릿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 온 정신을 자극하는 느끼하리만치 강력한 초콜릿 맛이 다른 요소들을 다 뒤덮어버려, 뭔가 느끼하기만 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결국엔 그냥 느끼하고 강했다는 기억만으로 남게 된다. (안에 딸기잼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서승주 초코파이랑 형식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이게 훨씬 좋았다. 전주 초코파이에는 딸기잼이 확실하게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진한 초코파이라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싶은 사람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초코파이란 생각이 든다. 다음에 전주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 난 다시 안 살 듯. 옛날에 던킨 도너츠에서 정말 미칠 듯이 단, 초콜릿에 절여진 도넛 빵에 초콜릿 소스가 잔뜩 올라간 도넛을 판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질려 하면서도 끝까지 먹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초코파이는 결국 다 못 먹었다. 뭐랄까 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초코파이인 것 같은 느낌.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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