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옛날부터 각종 에너지 드링크를 다양하게 마셨었다. 처음엔 그게 건강에 엄청난 치명타를 가할 것처럼 여기는 주위 분위기에 압도되어 약간의 두려움이 들지 않았던 것 아니나, 막상 마셔보니 맛이 꽤 괜찮을뿐더러 실제로 몸에 나타나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 같아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많이 마신 것이다. 물론 처음에 마실 때야 약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고, 두 번짼가 마셨을 때부터는 마시자마자 바로 잘 정도로 별 영향력이 없었다. , 내가 카페인에 너무 둔감한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에너지 드링크가 각성 효과를 주는 데에는 카페인 외의 요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도 바로 자고, 각종 카페인이 폭탄처럼 들었다는 음료를 마시고도 거의 곧장 잠에 드니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난, 옛날에 몬스터가 473ml였을 때부터 그것에 대해 그리 큰 호감을 가지진 않았었다. , 효능 모두가 핫식스에 뒤떨어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거슬렸던 게 맛이었다. 보통 에너지 드링크들은 맛이 다들 비슷한데, 이 몬스터만큼은 좀 그중에서도 답답한 느낌이었달까. 코카콜라를 먹다가 맥콜을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숨막힐 듯한 느낌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게 용량마저 줄어든 이후 난, 이걸 사 마실 이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것만은 잘 안 마시게 됐었다. 심지어 이건 편의점 할인 행사도 별로 하지 않고. 그래도 전에 신메뉴가 나왔을 때는 한 번 먹긴 했었다.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 하얀색 캔인 게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울트라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나왔으니 한 번 마셔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맛이 정말 끔찍했다. 숭늉과 밀키스와 지코 코코넛워터랑 바닐라 아이스크림 녹은 물을 합친 맛이었달까. 그 이후 몬스터와는 정말 완전히 작별한 삶을 살았더랬다.

 

 

근데 얼마 전 우연히 들어간 학교 매점에서 냉장고를 보니, 노란색 캔의 몬스터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관심이 없었다고는 해도 핫식스나 레드불을 사느라 몬스터가 있는 쪽도 자주 보기는 하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였다. 아무리 정이 가지 않을지언정 새로운 게 출시된 것 같으니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레몬 맛이 날 것 같기도 해서, 상당한 거금이었음에도 난 그냥 그걸 사서 마셔보기로 했다.

 

몬스터 에너지라는 상표에 울트라라는 이름을 달고, 거기에 추가로 시트라라는 수식까지 단 이 노란색 몬스터는, 레몬과 비슷하지만 더 원초적이며,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고 뒷면에 써있기에 그래도 좀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결국엔 몬스터였다. 그러니까, 참 별로였다. 밋밋한 레모네이드에 탄산수를 탄 느낌이었달까. 맹물 50%, 탄산수 45%, 레모네이드 5%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은 맛이었다. 레몬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그냥 신맛과 단맛 자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밥 먹은 뒤 오후에 1시간가량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 마시자마자 졸아버린 건 덤.

 

 

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비타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었다는 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음료에 들어있는 비타민의 하루 권장량 대비 비율은 군별로 각각 수백 수십 프로 퍼센트를 찍는다. 내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때 성분표를 들여다본 적이 딱히 없어서 다른 것도 다 이런데 내가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인가, 싶어 집에 와서 대용량 레드불의 성분표를 살펴보니, 비타민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이건 몬스터만의 특징인 듯. 근데 체감되는 게 아니라서 큰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는 하다. 어차피 이만큼씩이나 과하게 먹으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거기도 하고.

 

다음 새로운 맛이 나오기 전까지는 두번다시 몬스터에 손을 댈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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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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