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든을 아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있다는 건 알아도 난 평소에 호가든을 즐겨 먹던 건 아닌데, 하루는 편의점에 갔다가 우연히 호가든 캔의 상단에 내가 좋아하는 글자가 또렷하게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LIMITED EDITION’

 

그건 어디에 붙어있든 간에 워낙에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마성의 문구라, 난 호가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한정판이기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먹을 것 같고, 그럼 왠지 후회스러울 것 같기에.

 

 

한정판이라니 일단 사기는 했지만, 체리 맛이 난다는 호가든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체리 맛이 나는 맥주는 당연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데다가 난 그냥 호가든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그래도 후자의 경우엔 호가든이 가장 일반적으로 맛있는 맥주라는 평가가 많으니 하이네켄, 필스너 우르켈 같은 맥주와 별반 차이가 없는 거겠구나, 하는 짐작이라도 해볼 수가 있었는데, 체리 맛 나는 '맥주'는 완벽히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에일이랑 비슷하려나 싶기도 했는데 난 그 어떤 에일에서도 체리 맛이 나는 걸 먹어본 적은 없으니, 여러모로 기대를 주기도 하는 맥주였다.

 

하지만 약간의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다. 체리 맛이 나는 음료라고 하면 아무래도 과거에 잠시 출시됐었던 체리 맛 코카콜라나 닥터 페퍼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난 그 두 콜라를 아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체리 맛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사탕을 녹여 먹는 것 같은 그 불쾌한 단맛을 참 안 좋아한다. 그래도 베스킨라빈스의 신메뉴 체리쥬빌레31은 꽤 맛있게 먹은지라, 약간, 기대와 경계의 경계선상에 놓인 감정이었달까.

 

 

실제로 따라보니, 신기하게도 분홍빛이 감도는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말 안 하면 맥주라는 것을 전혀 짐작조차도 할 수 없을 색깔이었다. 설마 색깔마저 체리 색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기에, 다소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며, 한 모금 바로 마셔봤다, 마셔봤는데... 유감스럽게도 맛은 정말 닥터 페퍼를 그대로 빼닮아있었다. 정말 별로였다.

 

체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것도 아닌듯. 한정판 문구조차 없었다면 곧바로 외면받았을 듯하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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