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가 맛을 고려했을 때는 다른 도넛들을 더 좋아하기는 하나, 이 카카오 후로스티드를 마주한 상황에서는, 난 가장 시각적으로 예쁜 도넛이 바로 내가 마주한 이 도넛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옅은 갈색의 빵, 그 위를 가득 채운 진한 갈색의 초콜릿, 그리고 그 한쪽을 횡단하듯 사선으로 그어진 하얀색 선, 다른 편에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색들을 하나씩 다 가져온 듯 흩뿌려진 알록달록한 가루들. 미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넛을 하나 말하라는 과제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난 던킨 도너츠와 크리스피 크림도넛과 도넛 플랜트 뉴욕 시티를 통틀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이 도넛을 말할 것이다. (그래도, 이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면서 미학적으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DPNYC의 프리미엄 초코케이크 도넛 또한 고민의 대상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좋은 편이다. 가격이 아주 괜찮은 편에 속하니, 그것과 대비한 맛은 아주 좋다고도 할 수 있을 듯. 초콜릿은, 잔뜩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그리 진하게 느껴지는 초콜릿은 아닌지라 기분 좋게 먹기에 딱 적당하다. 너무 단 초콜릿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꽤 단 걸 좋아하는 애매한 입맛에 잘 맞을 정도다. 다만, 여러 가지 사탕을 동시에 입에 넣고 씹을 때 날 법한 맛의 느낌을 줄 것만 같이 생긴 알록달록한 부분들은 실제로 먹어보면 뭔가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 아마 싹 치워버린다 해도 맛으로는 전혀 구별할 수 없을 듯. 이건 순전히 미관상의 이유로만 올려진 듯하다. 하얀색도 마찬가지. 그래도 이 요소들이 별다른 맛을 내지 못하는 게 결격사유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맛을 깎아 먹는 건 아니니까.
좋은 점들이 가득한 도넛이지만, 그래도 단점을 하나 꼽자면, 초콜릿과 빵의 경계가 다소 선을 넘는 지점들이 있어 선뜻 손으로 잡고 먹기에는 손에 초콜릿이 녹아 묻는다는 점을 말할 수는 있겠다. 옆에 물티슈를 하나 두고 계속 닦으며 먹는다거나 포크로 찍어 먹는다면 별로 신경 쓸 만한 점은 아니겠으나, 도넛을 도넛답게 먹으려고 하자면 왠지 조금은 거슬리는 점이다. 근데 뭐 이건 진짜 그 맛과는 전혀 상관없는 점이고, 도넛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고 본다. 가격, 맛,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키는 도넛.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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