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텍 담배를 찾고자 이태원 일대를 30도가 넘는 더위에 직사광선을 맞아가며 계속 돌아다녔는데, 결국 크레텍은커녕 다른 수입 담배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블랙스톤 체리를 파는 상점을 하나 발견하기는 했는데, 리틀 시가라고는 해도 결국엔 시가인지라, 난 아직 시가를 피우기에는 뭔가 좀 무서운 느낌이 있어서 사지는 않았다. 연기를 절대로 들이마시면 안 된다는데, 피우다 보면 분명 실수로 그냥 들이마시는 일이 일어날 것 같고, 그러면 뭔가 큰일날 것 같기에. 결국 별다른 걸 찾을 수는 없어, 그냥 얼마 전 확대 정발이 된 걸로 알고 있는 이 세븐스타나 한 갑 샀다.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담배라고 하고, 원래는 14미리의 타르 함량인 게 7미리로 낮추어져 들어왔다고 한다. 전에 말보로 레드를 피워봤을 때 전에 피우던 것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타격감을 느꼈던지라, 그것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강도인 이걸 피우기 전에도 난, 이게 좀 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실제로 피워보니 목에 느껴지는 타격감은 아주 적은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웠다. 여태까지 피워본 모든 담배를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듯. 이건 타르 함량과는 무관한가 싶기도 한 게, 던힐 1미리 보다도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정말 구름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가 온다면 이런 부드러운 느낌이려나 싶을 정도. 그러나 피운 이후엔 이게 꽤 강했다는 느낌이 드는 게, 8미리에서도 느끼지 않았던 소위 니코틴 펀치라는 게 여기서 느껴지더라힘빠지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들고, 술에 취한 것과 유사한 기분이 일시적으로 든다.

 

그렇게 뭐, 괜찮았는데, 하나 아쉬운 점이, 너무 빨리 탄다는 거. 기본적으로 담배 자체가 좀 더 가늘고 짧은 느낌인데, 타는 것도 엄청 빨리 탄다. 압도적이다. 그냥 가만히 놔두어도 쑥쑥 타들어 가고, 한 모금 빨아들일 때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반 담배보다 500원이 더 비싼 가격으로 출시된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아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재는 잘 안 떨어지더라. 일부러 터는데도 잘 안 떨어진다. 던힐이 그냥 힘없이 뚝뚝 떨어지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소프트팩이라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 난 이런 케이스 자체가 너무 당혹스럽게 느껴져 일단 뜯긴 뜯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잘못 뜯은 거였더라. 혹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봐 말하자면, 정중앙의 스티커같이 생긴 건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난 그걸 뜯어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그건 스티커같이 생기긴 했어도 스티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장 이상적인 담배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일단 가장 큰 이유일 듯. 가격이 비싸지만 않으면 주저 없이 최고의 담배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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