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룡 이과두주

냠냠 2018. 6. 27. 00:00

위스키랑 보드카를 마셔본 뒤 술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었다. 40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내 앞에는 이제 만화 속 해적들처럼 목재드럼통에 담긴 70도짜리 럼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난 56도짜리 이과두주라는, 작은 병에 담긴 술을하나 사봤다. 보드카가 마시기 쉬웠으니, 이것도 그냥 마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선 이 이과두주의 가장 큰 문제는 도수가 아니다. 뚜껑을 열자마자 이상한 향이 나는데, 이게 그냥 냄새만 맡았을 때는 별 특별한 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이걸 마시는 순간 이건 엄청나게 괴상한 맛으로 변해버리는데, 이게 진짜 끔찍하다. 누군가는 이걸 과일 향이라고 써놓기도 했는데, 난 이건 과일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썩은 과일로라도 인정을 해줄 수가 없을 정도로 과일과는 정말 거리가 먼 냄새다. 비유하자면 본드가 딱 이런 냄새랄까. 그래, 확실한 본드 냄새다. 목공풀이나 무독이 같은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돼지표 본드 같은 그런 냄새가 난다. 심지어 이건 마실 때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아무리 조금 마셨더라도 마신 뒤 몇 시간 동안 몸속에서 냄새가 남는다. 숨을 쉴 때마다 이 냄새가 느껴지는데, 이게 너무 역해서 적응도 잘 안 된다. 진짜 역하다.

 

그렇게 향이 너무 역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도수에서 오는 충격은 덜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향에 대해 역겨움을 느끼느라 그 외의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일체 생각할 겨를이 없달까. 그런데 그래도 마시다 보면 느껴지는 게, 보드카랑도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난 입에 머금지 않고 바로 목으로 넘겨 버리는 걸 전혀 못 하는데, 그래서 이걸 입에 머금고 있다 보면, 입안이 뜯겨나가는 느낌이 든달까.

 

마지막으로, 뭔가를 먹으면서 마시는 건 정말 특히나 더 하지 말아야 할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특유의 썩은 본드 냄새랑 강력한 도수가 더해지며 속을 한 대 치는 느낌이라 이미 내려간 음식이 순간적으로 속에서 다시 튀어 오르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생각해도 끔찍한 술이다. 이 향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향을 좋아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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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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