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도너츠에서 전에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해서 그나마 먹을만해 보이는 걸 하나 샀었다. 살구 잼이 안에 들어 있다는 걸로. 난 크림은 안 좋아해도 과일 잼이 들어있는 건 웬만하면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게 살구라는 점은 약간 거슬리기도 했는데, 난 그간 빛 좋은 개살구 등의 표현으로 살구라는 어휘를 접해보기는 했어도 실제로 그 살구라는 것을 본 적도 없었거니와 먹어본 적은 물론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살구란 매우 낯선 존재의 먹을 것 중 하나였다. 그리고 던킨 도너츠에서 먹는 잼 필드 도넛 종류가 가장 무난하고 맛있는 선택지라고는 해도, 난 지난번에 이런 종류에 한 번 데인 적이 있어서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다. 스트로베리 필드를 샀는데, 안에 딸기 잼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그냥 빵으로만 채워진 불량품이었던 것이다. 매장에서 먹고 있는 경우였다면 바로 직원에게 가서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걸 사 들고 어딘가 멀리 간 상황이었기에 난 그때 꼼짝없이 딸기 잼 몇 그램을 날려버릴 수밖에는 없었다.

           

              

먹어보니, 그 살구라는 게 맛은 좀 특이했다. 망고를 과일 생으로 먹을 때 느껴졌던 살충제의 맛과 향이 여기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만 망고와는 좀 차별화된 살충제 맛인 게, 이 살구라는 건 사과에 살충제를 뿌려놓은 맛이었달까. 상쾌함과 찝찝함이 동시에 드는 약간은 기괴한 맛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

 

그 점을 제외하면, 결국 그냥 빵에 잼이 들어간 형태의 던킨 도너츠에서 많이 파는 형태의 도넛이었다, 그냥. 차별점이 있다면 스트로베리 필드 같은 경우엔 하얀색 가루로 완전히 점철이 되어 있는 것을, 이 도넛은 그냥 그 가루가 약간만 뿌려진 모습이었다는 것과, 모양이 사각형이었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을 듯. 그런데 이런 걸 떠나서 무엇보다도 다른 도넛들과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아무래도 장대한 이름일 수밖에 없겠다. ‘부오노! 애프리콧 봄볼로니라는 이름. 오래도록 사랑받으라고 만든 게 아닌 단타성 메뉴라는 것을 전면에 드러낸 이름 선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계속 있으면 딸기 잼 도넛이 질릴 때 가끔 사 먹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잠깐만 팔고 없어진 점은 좀 아쉽다. 이름을 살구 필드 같은 걸로 해서 스트로베리 필드 옆에 나란히 진열되는 미래가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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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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