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카페에서 음료를 사 먹는 걸 대단히 돈 아까운 일로 여긴다. 끼니도 4천 원이 넘어가는 이상 비싸다는 생각을 하는데, 호로록 마셔버리면 사라져버리는 음료수가 그 이상의 가격을 호가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카페라는 공간에는 출입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뭔가를 정말 마시고 싶으면 어쩌다가 쥬씨에 들어가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가장 싼 라인인 1500원짜리 주스 중 하나, 예를 들어 키위 주스 같은 걸 마실뿐이다. 언제나 그걸 너무 시다고 생각함에도 불구.

 

그래도 가끔은 큰맘 먹고, 이디야까지는 가능하다. 이날도 난 대단한 결심을 하고 가장 싼 2800원짜리 아메리카노(2500원짜리 에스프레소는 논외로 하자)를 마시러 들어갔는데, 새로운 메뉴가 나왔다면서 광고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과일을 넣은 플랫치노인가 뭔가라서, 비싸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시선을 돌려버리려는데, 어쩌다가 그걸 좀 오래 보고 있어 보니 놀랍게도 그 가격은 아메리카노와 200원가량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 3000원이더라. 그래서 난 청포도 플랫치노와 자두 플랫치노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 청포도 맛 음료수를 먹은 적도 있고 하기에 자두 플랫치노를 먹어보기로 했다.

 

  

상당한 결심을 하고 산 것에 비해서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맛은 좋지 않았다. 안 좋은 편이라고까지 말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비싼 돈을 주고 사버린 이상 좋은 거라고 합리화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함에 따라, 난 이걸 아주 안 좋게까지 생각할 수는 없을 듯싶다.

 

우선 맛이 좀 조잡하다. 맛이 조잡하다는 게 무슨 뜻일지 감이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분명 강렬한 맛이긴 한데 그렇다고 맛있는 건 아니고, 또 자두 맛이 확 나는 것 같지도 않고, 달긴 단데 뭔가 잡다한 맛이 섞여 있는 것도 같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맛이랄까. 게다가 먹다 보면 음료 내에서 층이 생기는데, 이게 보기가 정말 안 좋다. 흙탕물에 돼지 기름이 떠다니는 인상이랄까. 맛도 그렇고,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

 

청포도 플랫치노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미 그린애플 플랫치노를 별로 맛없게 먹었던 기억이 있기에 굳이 이쪽 계열에서 하나를 더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고, 다음엔 그냥 무난하게 아메리카노나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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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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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텍 담배를 찾고자 이태원 일대를 30도가 넘는 더위에 직사광선을 맞아가며 계속 돌아다녔는데, 결국 크레텍은커녕 다른 수입 담배조차도 찾을 수가 없었다. 블랙스톤 체리를 파는 상점을 하나 발견하기는 했는데, 리틀 시가라고는 해도 결국엔 시가인지라, 난 아직 시가를 피우기에는 뭔가 좀 무서운 느낌이 있어서 사지는 않았다. 연기를 절대로 들이마시면 안 된다는데, 피우다 보면 분명 실수로 그냥 들이마시는 일이 일어날 것 같고, 그러면 뭔가 큰일날 것 같기에. 결국 별다른 걸 찾을 수는 없어, 그냥 얼마 전 확대 정발이 된 걸로 알고 있는 이 세븐스타나 한 갑 샀다.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담배라고 하고, 원래는 14미리의 타르 함량인 게 7미리로 낮추어져 들어왔다고 한다. 전에 말보로 레드를 피워봤을 때 전에 피우던 것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타격감을 느꼈던지라, 그것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강도인 이걸 피우기 전에도 난, 이게 좀 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실제로 피워보니 목에 느껴지는 타격감은 아주 적은 편이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웠다. 여태까지 피워본 모든 담배를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듯. 이건 타르 함량과는 무관한가 싶기도 한 게, 던힐 1미리 보다도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정말 구름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가 온다면 이런 부드러운 느낌이려나 싶을 정도. 그러나 피운 이후엔 이게 꽤 강했다는 느낌이 드는 게, 8미리에서도 느끼지 않았던 소위 니코틴 펀치라는 게 여기서 느껴지더라힘빠지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게 들고, 술에 취한 것과 유사한 기분이 일시적으로 든다.

 

그렇게 뭐, 괜찮았는데, 하나 아쉬운 점이, 너무 빨리 탄다는 거. 기본적으로 담배 자체가 좀 더 가늘고 짧은 느낌인데, 타는 것도 엄청 빨리 탄다. 압도적이다. 그냥 가만히 놔두어도 쑥쑥 타들어 가고, 한 모금 빨아들일 때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일반 담배보다 500원이 더 비싼 가격으로 출시된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아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재는 잘 안 떨어지더라. 일부러 터는데도 잘 안 떨어진다. 던힐이 그냥 힘없이 뚝뚝 떨어지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소프트팩이라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 난 이런 케이스 자체가 너무 당혹스럽게 느껴져 일단 뜯긴 뜯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잘못 뜯은 거였더라. 혹시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봐 말하자면, 정중앙의 스티커같이 생긴 건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난 그걸 뜯어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그건 스티커같이 생기긴 했어도 스티커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장 이상적인 담배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일단 가장 큰 이유일 듯. 가격이 비싸지만 않으면 주저 없이 최고의 담배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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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은 비록 그 드높은 가격으로 인해 언제나 선뜻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그래도 가끔은 큰 결단을 내려 사서 먹게 되는 존재다. 다른 먹을 것들에 비교해봤을 때 분명 단 축에 속하는 사탕에도 비할 수 없는 압도적인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맛은 기분 나쁠 정도로 강렬하게 단맛인 게 아니라, 적어도 내가 먹어본 마카롱들에 한해서는 항상,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는 범위의 최대 한계치에 다다라있는, 그러니까 아무리 달아도 달콤하게먹을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좋은 단맛이었다. , 비록 먹어본 마카롱이라고 해봤자 파리바게트랑 마리웨일237에서 먹어본 것들이 전부지만.

 

 

전주 영화제를 가며 전주 여행을 겸했을 때 풍년 제과에 갔다는 건 이미 지난번 초코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쓴 말이고, 거기에 더해 추가로 말하자면 난 그때 초코파이만 산 게 아니었다. 이 딸기 맛 마카롱과 바나나 모양의 빵, 이렇게 2개를 더 샀었다. (안타깝게도 바나나 모양의 빵은 사진도 찍지 않고 먹어버렸다. 거기에 대해 할 말은 별로 많지는 않은데, 그건 그저 모양만 바나나였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첨가된 맛이 없는 머핀과 맛이 비슷한 일반적인 빵이었기 때문이다.) 이 마카롱은 상당히 특이한 인상을 받아서 샀던 건데, 그 이유는 그게 일반적으로 접하는 마카롱들보다 눈에 보이는 차이로 더 컸기 때문이다. 색깔은 좀 더 연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더 확실히 큰 데다가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더 비싸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난 꽤 기대를 하며 이것도 산 것이다, 당시 여유로운 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음에도.

 

근데 먹어봤더니, ,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분명 마카롱이 맞긴 맞는데, 너무 안 달았다. 정말 심하게 안 달았다. 정확히 같은 곳에서 산 초코파이가 너무 달아서 끝까지 먹지도 못했던 걸 생각해보자면 참 이상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같은 데에서 만든 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가 있다니. 그렇게 달지 않은 마카롱을 먹고 있자니,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걸 먹고 있는 느낌인 게, 상당히 느낌이 안 좋았다. 별로였다. 마카롱을 먹고는 싶은데 단 맛은 싫어하는 사람이있다면 그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마카롱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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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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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가 맛을 고려했을 때는 다른 도넛들을 더 좋아하기는 하나, 이 카카오 후로스티드를 마주한 상황에서는, 난 가장 시각적으로 예쁜 도넛이 바로 내가 마주한 이 도넛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옅은 갈색의 빵, 그 위를 가득 채운 진한 갈색의 초콜릿, 그리고 그 한쪽을 횡단하듯 사선으로 그어진 하얀색 선, 다른 편에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색들을 하나씩 다 가져온 듯 흩뿌려진 알록달록한 가루들. 미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넛을 하나 말하라는 과제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난 던킨 도너츠와 크리스피 크림도넛과 도넛 플랜트 뉴욕 시티를 통틀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이 도넛을 말할 것이다. (그래도, 이것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면서 미학적으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DPNYC의 프리미엄 초코케이크 도넛 또한 고민의 대상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좋은 편이다. 가격이 아주 괜찮은 편에 속하니, 그것과 대비한 맛은 아주 좋다고도 할 수 있을 듯. 초콜릿은, 잔뜩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그리 진하게 느껴지는 초콜릿은 아닌지라 기분 좋게 먹기에 딱 적당하다. 너무 단 초콜릿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꽤 단 걸 좋아하는 애매한 입맛에 잘 맞을 정도다. 다만, 여러 가지 사탕을 동시에 입에 넣고 씹을 때 날 법한 맛의 느낌을 줄 것만 같이 생긴 알록달록한 부분들은 실제로 먹어보면 뭔가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건 없다. 아마 싹 치워버린다 해도 맛으로는 전혀 구별할 수 없을 듯. 이건 순전히 미관상의 이유로만 올려진 듯하다. 하얀색도 마찬가지. 그래도 이 요소들이 별다른 맛을 내지 못하는 게 결격사유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맛을 깎아 먹는 건 아니니까.

 

좋은 점들이 가득한 도넛이지만, 그래도 단점을 하나 꼽자면, 초콜릿과 빵의 경계가 다소 선을 넘는 지점들이 있어 선뜻 손으로 잡고 먹기에는 손에 초콜릿이 녹아 묻는다는 점을 말할 수는 있겠다. 옆에 물티슈를 하나 두고 계속 닦으며 먹는다거나 포크로 찍어 먹는다면 별로 신경 쓸 만한 점은 아니겠으나, 도넛을 도넛답게 먹으려고 하자면 왠지 조금은 거슬리는 점이다. 근데 뭐 이건 진짜 그 맛과는 전혀 상관없는 점이고, 도넛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고 본다. 가격, , 디자인을 모두 충족시키는 도넛.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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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호가든 체리 맛에 대한 글에서도 썼듯 난 체리 맛의 먹을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체리를 과일로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체리 자체에 대한 불호의 감정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는데, 아무튼 그렇다. 체리 맛 가공식품들은 여태까지 먹어본 게 다 별로였다.

 

그러던 중 요즘 발걸음의 목적지로 자주 설정하게 되는 베스킨라빈스에서 새로운 맛 아이스크림으로 체리쥬빌레31’이라는 걸 출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걸 보고 나는, 체리 맛 식품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들과, 베스킨라빈스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들에 대한 좋은 기억들과, 새로운 메뉴라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 사이에서 한동안 고민을 한 끝에, 결국엔 가서 한 번 직접 먹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는 좀 신기하게 다가왔는데, 아이스크림 자체가 분홍색이었다. 별로 내가 뭔가 특정한 이미지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걸 느끼지는 못했는데, 그러면서도, 아이스크림은 그냥 무색의 아이스크림에 체리는 토핑이 되는 식으로 나온 메뉴일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기라도 했었는지, 그 색깔이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두 번째 무의식적 예상은 틀리지 않았던 게, 그러면서도 또 토핑처럼 뭔가가 들어있는 건 맞았다.

 

체리 맛의 선호를 떠나 그래도 베스킨라빈스이니 기대감이 더 큰 마음으로 먹어봤는데, 꽤 맛있었다. 그 자체가 체리 맛인 분홍색 아이스크림은 의외로, 여태까지 먹었던 체리 맛 가공식품들과는 다르게 맛있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이스크림 안에는 초콜릿을 포함해 꽤 여러 가지 식감을 주는 다른 것들이 좀 들어있었는데, 정확히 그 실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으나 이 역시도 다들 맛있게 느껴졌다. 그중 건포도와 비슷한 식감을 주는 게 특히 맛있었다, 별로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게 건조된 체리였나 싶기도 하고.

 

베스킨라빈스에는 워낙에 다양한 맛이 있어 갈 때면 항상 전에 먹어보지 않았던 맛을 먹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다음에 이걸 다시 먹을 만한 상황이 된다면 딱히 별다른 후회 없이 재선택을 할 수도 있을 듯한,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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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든을 아주 좋아하는 매니아층이 있다는 건 알아도 난 평소에 호가든을 즐겨 먹던 건 아닌데, 하루는 편의점에 갔다가 우연히 호가든 캔의 상단에 내가 좋아하는 글자가 또렷하게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LIMITED EDITION’

 

그건 어디에 붙어있든 간에 워낙에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마성의 문구라, 난 호가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그것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한정판이기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먹을 것 같고, 그럼 왠지 후회스러울 것 같기에.

 

 

한정판이라니 일단 사기는 했지만, 체리 맛이 난다는 호가든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체리 맛이 나는 맥주는 당연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데다가 난 그냥 호가든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그래도 후자의 경우엔 호가든이 가장 일반적으로 맛있는 맥주라는 평가가 많으니 하이네켄, 필스너 우르켈 같은 맥주와 별반 차이가 없는 거겠구나, 하는 짐작이라도 해볼 수가 있었는데, 체리 맛 나는 '맥주'는 완벽히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에일이랑 비슷하려나 싶기도 했는데 난 그 어떤 에일에서도 체리 맛이 나는 걸 먹어본 적은 없으니, 여러모로 기대를 주기도 하는 맥주였다.

 

하지만 약간의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다. 체리 맛이 나는 음료라고 하면 아무래도 과거에 잠시 출시됐었던 체리 맛 코카콜라나 닥터 페퍼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난 그 두 콜라를 아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체리 맛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사탕을 녹여 먹는 것 같은 그 불쾌한 단맛을 참 안 좋아한다. 그래도 베스킨라빈스의 신메뉴 체리쥬빌레31은 꽤 맛있게 먹은지라, 약간, 기대와 경계의 경계선상에 놓인 감정이었달까.

 

 

실제로 따라보니, 신기하게도 분홍빛이 감도는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말 안 하면 맥주라는 것을 전혀 짐작조차도 할 수 없을 색깔이었다. 설마 색깔마저 체리 색일 거라는 생각은 안 했기에, 다소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며, 한 모금 바로 마셔봤다, 마셔봤는데... 유감스럽게도 맛은 정말 닥터 페퍼를 그대로 빼닮아있었다. 정말 별로였다.

 

체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것도 아닌듯. 한정판 문구조차 없었다면 곧바로 외면받았을 듯하다.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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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도너츠가 내놓은 불후의 역작, 미래의 고전, 맛의 극한, 작품으로서의 식품인, ‘라이스 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물론 글을 어떻게 쓰든 그 뛰어난 맛과 식감을 실제 그것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던킨 도너츠는 일반 글레이즈드가 별로인 대신 이렇게 내는 특별 메뉴는 참 좋은 듯.)

 

던킨 도너츠의 츄이스티는 원래부터가 맛있다. 둥글둥글한 빵들을 이어붙여 놓은, 다소 징그러워 보이기도 하는 그 이상한 모양새 탓에 처음 손을 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그 높은 시각적 진입 장벽을 넘은 끝에 처음 먹어본 카푸치노 츄이스티란 결코 잊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커피에 적셔졌다가 구워진 듯 빵 자체가 맛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식감이 너무 좋았던 게, 빵이 그렇게 딱 알맞게 쫄깃쫄깃할 수 있다는 걸 그때야 비로소 온전하게 깨달았다. 그걸 먹자마자 든 생각은 앞으로 던킨 도너츠에서는 올리브 츄이스티랑 카푸치노 츄이스티만 번갈아 가면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었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던킨 도너츠를 지나다가 새로운 메뉴가 하나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츄이스티 종륜데, 쌀을 주제로 한 것 같았다. 그런데 도넛의 윗부분이 하얀색으로 코팅이 되어있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음식에 하얀색이 사용되는 것을 아주 안 좋아하기 때문이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느끼하고, 코코넛워터 지코는 음식물쓰레기 추출물을 먹는 맛이고, 밀키스는 기괴한 맛이고, 우유는 역하고, 뭐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하얀색은 괴상한 맛의 음식에 사용되는 색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기라도 한 건가, 하얀색 음식을 보면 없던 식욕마저도 뚝 떨어지는 느낌.

 

그래서 좀 망설여지기도 했는데, 이 도넛은 그 시각적인 감점 요인을 무마시켜버리고 정말 맛있었다. 하얀색 부분도 맛있고, 올려진 쌀가루인지 뭔지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해서 정말 맛있다. 츄이스티 빵이 맛있는 거야 뭐 굳이 말할 것도 없고. 현재 던킨의 최고 메뉴라고 생각한다. 평소 다양한 맛을 번갈아 가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도, 최근 던킨만 가면 이것만 먹다시피 하고 있을 정도다. 대충 보니 특별 메뉴처럼 나온 것 같아 좀 팔다가 없애버릴 것 같기도 한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살아있는 전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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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옛날부터 각종 에너지 드링크를 다양하게 마셨었다. 처음엔 그게 건강에 엄청난 치명타를 가할 것처럼 여기는 주위 분위기에 압도되어 약간의 두려움이 들지 않았던 것 아니나, 막상 마셔보니 맛이 꽤 괜찮을뿐더러 실제로 몸에 나타나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 같아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많이 마신 것이다. 물론 처음에 마실 때야 약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고, 두 번짼가 마셨을 때부터는 마시자마자 바로 잘 정도로 별 영향력이 없었다. , 내가 카페인에 너무 둔감한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에너지 드링크가 각성 효과를 주는 데에는 카페인 외의 요소가 더 많지만, 그래도.)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도 바로 자고, 각종 카페인이 폭탄처럼 들었다는 음료를 마시고도 거의 곧장 잠에 드니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난, 옛날에 몬스터가 473ml였을 때부터 그것에 대해 그리 큰 호감을 가지진 않았었다. , 효능 모두가 핫식스에 뒤떨어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거슬렸던 게 맛이었다. 보통 에너지 드링크들은 맛이 다들 비슷한데, 이 몬스터만큼은 좀 그중에서도 답답한 느낌이었달까. 코카콜라를 먹다가 맥콜을 처음 먹었을 때 느꼈던 숨막힐 듯한 느낌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게 용량마저 줄어든 이후 난, 이걸 사 마실 이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이것만은 잘 안 마시게 됐었다. 심지어 이건 편의점 할인 행사도 별로 하지 않고. 그래도 전에 신메뉴가 나왔을 때는 한 번 먹긴 했었다. 몬스터 에너지 울트라. 하얀색 캔인 게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울트라라는 수식어까지 달고 나왔으니 한 번 마셔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맛이 정말 끔찍했다. 숭늉과 밀키스와 지코 코코넛워터랑 바닐라 아이스크림 녹은 물을 합친 맛이었달까. 그 이후 몬스터와는 정말 완전히 작별한 삶을 살았더랬다.

 

 

근데 얼마 전 우연히 들어간 학교 매점에서 냉장고를 보니, 노란색 캔의 몬스터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관심이 없었다고는 해도 핫식스나 레드불을 사느라 몬스터가 있는 쪽도 자주 보기는 하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거였다. 아무리 정이 가지 않을지언정 새로운 게 출시된 것 같으니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레몬 맛이 날 것 같기도 해서, 상당한 거금이었음에도 난 그냥 그걸 사서 마셔보기로 했다.

 

몬스터 에너지라는 상표에 울트라라는 이름을 달고, 거기에 추가로 시트라라는 수식까지 단 이 노란색 몬스터는, 레몬과 비슷하지만 더 원초적이며, 새콤달콤한 맛이 난다고 뒷면에 써있기에 그래도 좀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결국엔 몬스터였다. 그러니까, 참 별로였다. 밋밋한 레모네이드에 탄산수를 탄 느낌이었달까. 맹물 50%, 탄산수 45%, 레모네이드 5%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은 맛이었다. 레몬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을 넘어서 그냥 신맛과 단맛 자체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밥 먹은 뒤 오후에 1시간가량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 마시자마자 졸아버린 건 덤.

 

 

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비타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었다는 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음료에 들어있는 비타민의 하루 권장량 대비 비율은 군별로 각각 수백 수십 프로 퍼센트를 찍는다. 내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때 성분표를 들여다본 적이 딱히 없어서 다른 것도 다 이런데 내가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인가, 싶어 집에 와서 대용량 레드불의 성분표를 살펴보니, 비타민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이건 몬스터만의 특징인 듯. 근데 체감되는 게 아니라서 큰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는 하다. 어차피 이만큼씩이나 과하게 먹으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거기도 하고.

 

다음 새로운 맛이 나오기 전까지는 두번다시 몬스터에 손을 댈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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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전주 여행의 진로에는 자꾸 초코파이가 끼어들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으며 식사 대용으로는 더더욱 생각조차도 않는 초코파이가 자꾸 끼어들었단 말이다. 아무튼...

 

우선 식사 환경이 아주 좋지 않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시작해야겠다. '혼자 식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혼자 밥을 먹으려면 괜히 눈치를 보느라 못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이미 그 단계를 넘어 선지 오래다. 사실 이건 하나만 깨달으면 되는 건데, 바로,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거다. 내가 혼자서 먹든, 30명과 함께 먹든, 사람들은 나에게 눈치는커녕 곁눈질조차도 주지 않는다. 이것만 깨달으면 혼자 밥을 먹는 데에 눈치를 보거나 불편해할 일이 전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말하자면, 혼자 밥을 먹을 때 불편하지 않으려면 '남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환경'이라는 전제 조건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난, 이번 초코파이 식사에 아주 불편함을 느끼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난 국제영화제에 온 기념으로, 서구권 영화에서 많은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길거리에서 빵 먹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좀 더 강하게 듦을 감지했다. 한쪽 어깨에 배낭을 메고 이어폰을 꽂은 채 건들건들 걷다가 벤치 하나에 아무렇게나 앉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무는, 뭐 그런 장면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 이어폰이랑 배낭이 있었다면 좀 더 영화 속 인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날 것 같아 그것을 소지하지 않은 내 자신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영화제 거리 중간중간에는 길 한복판에 세워진 기둥들에 자그마한 벤치들이 달려있었고, 딱 거기서 먹으면 손색이 없을 듯싶었다. 그래서 앉아서 먹는데,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일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80퍼센트 정도가 나를 쳐다보고 가는 게 아닌가. 그중 반절은 아예 뚫어져라 나를 관찰하거나 노려보다시피 하며 응시하고 지나가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서 내가 있는 쪽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는데,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바라보는 사람들을 마주 본 자세로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왜 그리 나를 응시하며 지나갔는지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먹은 초코파이는,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정신없는 속에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게, 일단 느끼했다. 전주의 명물이라는 초코파이를 풍년 제과 본점에까지 가서 하나 사서 먹은 건데, 정말 다른 초코파이와는 수준이 다르긴 했다. 수준이 다르게 느끼했다. 너무나도 강렬한 초콜릿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 온 정신을 자극하는 느끼하리만치 강력한 초콜릿 맛이 다른 요소들을 다 뒤덮어버려, 뭔가 느끼하기만 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결국엔 그냥 느끼하고 강했다는 기억만으로 남게 된다. (안에 딸기잼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서승주 초코파이랑 형식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이게 훨씬 좋았다. 전주 초코파이에는 딸기잼이 확실하게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진한 초코파이라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다 싶은 사람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초코파이란 생각이 든다. 다음에 전주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 난 다시 안 살 듯. 옛날에 던킨 도너츠에서 정말 미칠 듯이 단, 초콜릿에 절여진 도넛 빵에 초콜릿 소스가 잔뜩 올라간 도넛을 판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질려 하면서도 끝까지 먹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초코파이는 결국 다 못 먹었다. 뭐랄까 좀,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초코파이인 것 같은 느낌.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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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대학 축제에 갔다가 주위 편의점을 들렀는데, 내 생활 반경에 속해있는 편의점에서는 정말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주 하나가 그 낯섦으로 나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고 가운데에 커다랗게 8.6이라는 숫자만 쓰여있는 맥주. 일전에 9.7도짜리 맥주를 먹어본 적이 있어 맥주의 도수가 8.6도라는 데에 그리 강한 호기심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성질을 지닌 것이긴 한 만큼, ‘4캔 만원’에 해당하는 맥주 중 하나를 이 맥주에 호기롭게 할애하기로 했다.

 

 

밤에 축제를 보며 그냥 마시던 중 이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어수선하게 찍은 거라 사진의 품질이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꽤 멋있는 편이다. 물론 필스너 우르켈이나 데스페라도의 멋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이것 나름대로 뭐랄까 약간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맛은 사실 별 특별한 게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검색해보면 구운 빵 맛이 난다느니 과일 향이 난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좀 더 쓴 만큼 좀 더 고소하게 느껴지고, 혹시 에일인가 싶을 정도로 좀 더 신맛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그렇게까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좀 더 강한 맥주 느낌에, 나려고 하다가 마는 과일 맛이 나는 듯.

 

그래도 확실히 강한 타격감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카스 같은 거 생각하고 벌컥벌컥 마셨다가는 취할 위험이 다분한 맥주. 좀 더 날카롭고 무거운 걸 마시고 싶을 때면 다시 한 번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은근히 나쁘지 않았기에.

Posted by 이동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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